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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필요악인가?

어느 저녁, 친구들과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기억이 떠오른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술이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서먹했던 사이도 어느새 가까워진다. 술이란 참 묘한 물건이다. 때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부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술은 정말 필요악일까?

인류의 역사에서 술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고대 문명에서도 신을 경배하는 제사에 술이 빠지지 않았고, 중세에는 와인이 종교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도 우리는 명절이나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술을 마시며 축하를 나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술은 우리 곁에 있다. 술 한 잔을 앞에 두고 고민을 털어놓거나,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술이 주는 달콤함만큼 그 이면도 쓴맛이 난다. 누군가는 술에 취해 소중한 관계를 망치고, 또 누군가는 술로 인해 건강을 잃는다. 한 잔의 술이 용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용기가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술이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신 사람이 스스로 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결국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것이 기쁨을 위한 것이든, 위로를 위한 것이든, 우리는 술이 가진 힘을 인정하고 그것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술은 친구가 되지만, 술에 휘둘리는 사람에게 술은 악마가 된다.

술이 필요악이냐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술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술은 선도 악도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마시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한 잔을 따르며 생각한다. 술이란 참 묘한 물건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