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왜 기억을 못할까?
가끔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데, 왜 술을 마시면 기억이 사라지는 걸까? 단순히 정신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뇌에서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 현상의 핵심 원인은 알코올이 뇌의 해마(Hippocampus)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고 장기 기억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데, 술을 많이 마시면 해마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거나 멈추게 된다. 즉, 술을 마시는 동안 새로운 기억이 아예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애초에 저장되지 않은 것이다. 평소라면 경험한 순간들이 해마를 거쳐 장기 기억으로 남지만, 과음하면 이 과정이 차단되면서 기억이 통째로 빠져버린다. 그래서 술이 깬 다음 날,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술을 마시면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가 활성화되면서 신경 활동이 둔해지고, 도파민이 증가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동시에 글루타메이트라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억제되면서 기억 형성이 방해받게 된다.
특히 짧은 시간에 술을 많이 마실수록 해마의 기능이 더욱 저하되어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면 부족, 공복 상태에서 음주, 스트레스 등도 기억이 끊기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는 것은 단순한 "취한 상태"가 아니라, 뇌의 특정 기능이 일시적으로 차단되는 현상이다. 자주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