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vs 어도어, 법의 판단이 아쉬운 이유
뉴진스와 기획사 어도어의 전속계약 분쟁에서 법원은 기획사의 손을 들어줬다.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해서는 안 되며, 기존 전속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논리를 보면, 기획사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뉴진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경우 기획사가 입는 손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보면 이 판단은 충분히 타당할 수 있다. 기획사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한다. 만약 아티스트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기획사는 안정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없고, 이는 결국 업계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뉴진스처럼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그룹이라면, 기획사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이 아쉬운 이유는 기획사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만큼 아티스트의 권리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돌 산업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습생 시절부터 소속사의 관리를 받으며 오랜 기간을 거쳐 데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계약이 맺어지고 이후 활동이 전속계약에 의해 제한된다. 이런 구조에서 아티스트가 계약을 벗어나 독립적인 활동을 하려면 상당한 법적·제도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뉴진스는 이번 사건을 통해 기획사와의 신뢰 관계가 깨졌다고 주장했다. 기획사 대표가 교체되면서 팀의 운영 방식이 변했고, 그 과정에서 불만이 쌓여 전속계약을 해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한 경영진 변화나 내부 갈등이 전속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보면, 기획사의 운영이 바뀌면서 자신들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전속계약 구조에서는 아티스트가 이를 이유로 독립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판결은 결국 아이돌 산업의 오래된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기획사의 권리는 철저하게 보호되지만, 아티스트의 권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기획사가 계약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아티스트를 더욱 존중하는 운영 방식을 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법적 구속력을 앞세운다면, 계약 관계는 지속될지 몰라도 아티스트와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갈등은 단순한 계약 문제가 아니라, K-POP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기획사와 아티스트 간의 계약 구조를 보다 공정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기획사와 아티스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1개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