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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짐했지만, 또 무너졌다

매번 결심은 거창하게 시작한다. 오늘부터 운동하겠다고, 오늘부터 야식 끊겠다고, 오늘부터 집중해서 공부하겠다고. 처음엔 정말 진심이다. 새로운 공책을 펴고, 시간표를 짜고, 알람도 맞추고, 심지어 SNS에는 다짐을 적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현실은 생각보다 더 피곤하고, 더 복잡하다. 하루쯤은 괜찮다는 핑계로 빠지는 날이 생기고, 그렇게 흐름이 끊기면 다시 시작하는 건 더 어렵다. 결국 ‘내가 그렇지 뭐’ 하며 또 포기하고 만다.

더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번엔 진짜 해보자"였는데, 나중에는 "해봤자 또 안 될 텐데"로 바뀐다. 그러면서 ‘결심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시작도 안 하면 실패도 안 하니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짐이 무너지는 이유는 ‘내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너무 큰 목표,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바꾸려 했던 건 아닐까.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루틴을 단번에 만들겠다는 건 어쩌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결심을 작게, 아주 작게 시작해보려 한다. 하루에 물 두 잔 더 마시기, 스마트폰 10분 덜 보기, 계단 한 층 더 오르기 같은 작고 사소한 실천들. 이게 큰 변화를 만들지는 않아도, 적어도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을 준다.

다짐이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얼마나 쉽게 꺼낼 수 있느냐인 것 같다. 실패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만큼 시도했다는 증거니까.

오늘도 다짐이 무너졌다고 좌절하지 말자. 내일 다시 작게 시작하면 된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도 분명히, 아주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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