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이성 사이
요즘 정치와 사회를 보면, 감정이 얼마나 우리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이 먼저 작동하고 그 감정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나중에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면, 그 이후부터는 같은 말이나 행동조차 전혀 다르게 보인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면 관대해지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면 작은 실수도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문제는 이런 감정이 격해지면 대화가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사실을 듣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위로해줄 말만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서로를 설득하려는 대화는 사라지고, 자기 입장만 방어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말만 남는다. 대화가 끊기고 나면 그 자리를 분노와 냉소, 단절 같은 것들이 채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사회적 합의도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감정을 억누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의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지금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하는 게 혹시 어떤 감정 때문은 아닌지, 저 사람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말하는 방식이 불편해서 그런 건 아닌지, 나의 비판이 진짜 논리적인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감정과 이성은 항상 충돌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조금씩 쌓이면, 감정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분열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