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한참을 머물다 나왔습니다
요즘 사람들 만나기도 어렵고, 말도 줄었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다 보면 그 조용함이 지루하기도 하고, 가끔은 오히려 위안이 되기도 하더군요. 그럴 때 저는 책을 엽니다. 최근에 읽은 건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이었습니다. 시도 좋지만, 산문에서는 시인으로서의 사유가 조금 더 편하게 풀어져 있어서 한 문장 한 문장, 오래 머물게 되더군요. “슬픔은 지나가지만, 그 자리에 남는 건 사람이다.”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덮어놨습니다. 살면서 여러 감정이 스쳐 가고, 많은 인연이 지나가지만 끝내 남는 건 결국 ‘누구였는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학이 좋은 건, 때로는 말로 꺼내기 어려운 마음을 이미 누군가가 대신 써놓았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읽고 나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내 마음처럼 느껴지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요즘 마음이 조금 헛헛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잠깐이라도 책 속에서 머물러보셨으면 합니다. 말수는 줄어도, 마음이 다시 고요해질 수 있는 시간이 그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여러분도 요즘 읽은 책이나, 오래 남은 문장 있으신가요? 함께 나누면 그 문장들이 우리 각자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 것 같습니다.
6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