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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키는 일인데, 사람이 제일 어렵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외곽의 중형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사람입니다.
근무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고, 나이는 환갑을 넘겼습니다.
몸은 아직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어서 일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점점 더 버겁게 느껴져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사실 저희 일이 단순히 차량을 통제하거나 택배를 관리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주민 요청이 오면 전구도 갈고, 화단도 정리하고, CCTV도 확인하고,
간혹 분리수거장 앞에서 말다툼이 나면 중재도 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걷고, 듣고, 대응하면서 보내는 시간들입니다.

그런데 일이 힘든 것보다 더 어려운 건
가끔 들리는 무심한 말들입니다.

“경비가 왜 저래요?”
“그냥 앉아서 있으면서 뭘 그렇게 힘들다고 해요?”
“좀 눈치껏 해요.”

이런 말 한 마디가 며칠씩 마음을 짓누르기도 합니다.
물론 친절하게 인사해주시고, 간식이라도 챙겨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그런 마음들 덕분에 하루를 버티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누구 눈치를 더 먼저 봐야 하는지,
어떻게 말해야 괜한 오해를 안 사는지, 늘 조심하게 되고
그게 참 사람을 위축되게 만드는구나 싶습니다.

저는 그냥 이 자리를 지키고, 단지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무시받는 느낌이 들 때마다
내가 여기서 뭘 잘못하고 있는 건지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도 새벽 출근길에 혼잣말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조심하자. 부딪히지 말자. 괜히 말 많이 하지 말자.”
이런 다짐을 반복하면서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비슷한 마음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아니면 경비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으시다면
조용히라도 이야기 나눠주시면 큰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