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감정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늘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엔 그냥 저쪽 찍을래. 보기 싫어서.”
“쟤는 싫으니까 걔네라도 견제해야지.”
정당이나 후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투표 방향을 바꾸는 것 자체는 개인의 자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라면,
그 선택의 결과가 누구에게 돌아갈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결국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결정의 연속이고,
그 결정은 나만이 아니라, 내 자식과 후세의 삶을 바꾸는 결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응원하던 팀이 실망스러운 경기라도 하면 상대팀을 응원하는 듯한 태도로 투표를 하곤 합니다.
문제는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겁니다.
감정의 배출구로 삼기엔 너무나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게임입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저도 기분 따라 투표했던 적 있습니다.
어떤 후보는 말을 너무 거칠게 해서 싫었고,
어떤 정당은 내가 지지하는 공약을 외면했기에 화가 났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의 선택이 남긴 결과를 마주하게 됐고,
그게 나만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너무 늦게 와닿았습니다.
한 표는 작지만, 결과는 큽니다.
우리가 피로하거나 실망했다고 해서
막연한 분노로 표를 던지는 순간,
그 무책임의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삶의 질과 공동체의 방향으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정치가 실망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거나,
'그냥 이번엔 반대쪽'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닙니다.
누구를 지지하든,
최소한 내가 지지한 선택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된 상태에서 투표했으면 합니다.
정치는 감정의 배설구가 아니라,
우리 삶을 만들어가는 책임의 과정이라는 걸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