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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원칙 없는 관료의 표본인가

한덕수 전 총리는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중립적 테크노크라트입니다.
경제 관료 출신답게 말투는 조심스럽고, 판단은 계산된 듯 보이며,
정쟁보다는 균형을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찬찬히 되짚어보면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기회주의적 면모를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뒤,
정권이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보수 정부에서도 요직을 맡으며 무난히 안착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될 당시에도
정권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나선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정당화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전문성 기반의 무색무취한 인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기조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자리를 지켜온 전형적인 행정가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의 말과 태도에는 항상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 돋보입니다.
어느 쪽도 완전히 비판하지 않고,
또 어느 쪽에도 확실히 발을 담그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해온 모습에서
과연 이 사람이 진심으로 지키는 정치적 원칙이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국가의 중책을 맡은 인사라면
때론 불편하더라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서 책임 있게 자신의 철학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덕수 전 총리는 늘 가장 낮은 저항선에서 자신의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런 태도는 당장은 무난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국민은 ‘지금 누구 편인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칙을 갖고 일하는 사람인가’를 보고 싶은 것입니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모든 타협은 어떤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가 다시 어떤 자리에 오르게 되든,
그의 말과 선택이 단지 자기보신의 도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