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의식의 허상 — 나 서울대 나온 사람이야!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는 단순한 대학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성취의 상징이자, 인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증표처럼 여겨진다. 입시 경쟁에서 극소수만이 통과하는 좁은 문을 통과했다는 자부심은 곧 엘리트 의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름이 곧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착각으로 이어질 때, 그 엘리트 의식은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력은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그 성취는 주로 10대 시절까지의 ‘암기력 중심 경쟁’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 결과가 인격, 상식, 판단력, 도덕성, 소통 능력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출신이 정부 요직, 기업 고위직, 학계, 언론 등 사회의 핵심 영역을 점유하는 현실은 ‘엘리트 중심의 자기 복제’를 고착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자기검열을 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실력이 검증된 것처럼 보이고, 발언이 더 신뢰받고, 실패해도 더 관대하게 넘어간다. 이로 인해 서울대 출신 스스로도 자신의 판단력과 선택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책임 없는 권위를 낳는다. 말하자면, 자신은 판단만 하고 현장은 ‘덜 배운 사람들이 처리한다’는 식의 인식이다. 예컨대 고위 공직자들이 보여주는 현장과 유리된 언어,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시키는 지시, 문제 발생 시 남 탓으로 돌리는 태도 등은 엘리트 의식이 낳은 전형적인 폐해다. 정책 실패나 민심 이반 앞에서도, 그들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기보다 ‘국민이 몰라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 사고방식의 깊은 뿌리엔 서울대라는 엘리트 체계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서울대 출신 내부에서도 자기검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서로를 향한 무조건적 신뢰,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줄을 만들어내는 폐쇄적 문화는 비판과 자정작용을 무력화시킨다. 서울대 출신이 서울대 출신을 감싸는 구조 속에서, 실패는 묻히고, 실력은 과장되며, 외부의 비판은 질투로 치부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엘리트 의식이 사회의 다양성을 막는다는 점이다. 서울대 출신이 모든 분야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평가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는 단순한 기회의 박탈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다.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서울대 출신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설계하지만, 정작 그들이 책임지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서울대 출신 개인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권한과 신뢰를 구조적으로 부여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 구조 안에서, 엘리트 의식은 겸손보다 자만을, 협업보다 지시를, 책임보다 회피를 만들어낸다. 엘리트란 단지 시험을 잘 본 사람이 아니라, 지식과 권력을 얻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울대 출신의 능력 과시는 아니다. 그들이 자신이 가진 위치와 영향력을 어떤 태도로 사용하는지, 사회에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2주 전
서울대 미만은 짭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또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인식이 이제는 능력보다 간판을 우선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2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