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궤멸은 정치인의 잘못이 아니라, 결국 국민의 선택이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보수 정당의 방향 상실과 내부 갈등, 이미지 추락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단지 특정 정치인의 실수나 정당 내부의 분열 탓으로만 돌리는 건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보수가 이 지경이 된 건 국민 전체가 만든 결과이며, 유권자의 선택이 가져온 현실이다. 보수가 궤멸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다. 더 이상 대안 세력으로서의 정당성과 무게감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은 많고, 갈등은 많고, 내부 권력 투쟁은 노출되어 있지만 정작 국민에게 보여주는 메시지는 공허하고 낡았으며, 과거에 머무른 언어와 이미지로만 스스로를 소비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정치인을 마치 종교 지도자처럼 추종하는 맹목성이다. 이제는 정당도, 정책도, 논리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특정 인물 하나만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 그 인물을 비판하면 곧바로 '배신자', '적'으로 낙인찍히는 구조 속에서 정치는 더 이상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정치는 토론과 검증을 거쳐야 하는 영역이지, 믿고 따르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정치판에서,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개인 숭배에 가까운 집단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정당의 혁신을 막고, 건전한 내부 경쟁과 자정작용을 원천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은 정치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혐오하거나, 심지어 조롱하며 거리를 둔다. 정치를 ‘더럽다’, ‘다 똑같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투표는 한다. 투표를 하면서도 그 선택에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이중적인 태도 속에서 정치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언제나 더 큰 목소리, 더 자극적인 구호, 더 확신에 찬 극단이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 그리고 인물 중심의 맹신.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지금의 보수는 스스로를 고칠 기회를 잃었고, 국민은 책임을 전가하면서도 결과에 실망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는 결국 유권자의 수준을 반영한다. 정당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거나 멈춘다. 지금 보수가 이 모양이라면, 그건 정치인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에 등을 돌렸던 우리, 판단을 멈추고 추종에 빠진 우리, 그리고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보수의 몰락을 말하고 싶다면, 그 출발점은 정치인이 아니라 거울 앞의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
2주 전
요즘 보수를 보면 이게 정말 보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칙도 철학도 없이 감정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오히려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데에는 결국 유권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검증 없이, 구호와 이미지에만 끌려 선택을 반복한 결과가 지금의 혼란이니까요.
2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