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

대한민국에 반국가세력이 있다는 논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

대한민국 정치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반국가세력", "이적행위", "종북", "좌파 빨갱이" 같은 단어들이다. 어떤 사안이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면, 그 사람은 국가에 반하는 사람,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그런데 정말 대한민국에 그렇게 많은 ‘반국가세력’이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그런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왜 계속해서 반복되는 걸까. 이러한 주장 뒤에는 기본적으로 ‘국가 = 정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곧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그러다 보니 정권의 정책이나 방향성에 반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자동으로 ‘국가를 위협하는 자’로 처리된다.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비판’과 ‘견제’가 적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이런 프레임은 특히 보수 진영에서 자주 활용되어 왔다. 냉전시대의 반공 이데올로기, 6·25전쟁의 기억, 분단 현실 등이 결합되어 ‘체제 수호’라는 명분 아래 상대를 배제하는 정치 도구로 기능해왔다. 문제는 이 논리가 현실의 맥락을 무시하고 비판을 무조건적인 반역으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체제를 무너뜨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거나, 적대세력과 내통해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조직적으로 벌이는 세력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극히 일부의 극단주의자일 뿐, 대부분은 국가의 틀 안에서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비판자들이다. 그런데도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정당한 비판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보기 어렵지 않다. 이 논리는 또한 두려움과 분열을 자극하는 데 익숙하다. 국민들에게 "우리 안에 적이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고, 그 틀 안에서 자신들만이 ‘국가를 지키는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결국 국민은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주체가 아니라, 누가 적이고 누가 편인가를 감별하는 데만 몰입하게 된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거기서 끊임없이 ‘반국가’라는 표현이 등장하면, 그 순간부터 정치적 토론은 사라지고 이념의 적대만 남게 된다.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은 사실상 국민 내부에 인위적인 적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런 논리가 반복되고 강화될수록, 우리는 진짜 국가를 위협하는 요소보다 허상의 적을 향해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가 반국가냐’를 따지기 전에 ‘지금 누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비판을 억누르는 국가가 아니라,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국가가 더 강하다. 정당한 비판을 ‘반국가’로 돌려버리는 구시대적 언어는 이제는 설 자리를 잃어야 한다.

1주 전


기득권층이 그런 프레임을 쓰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해 보이는 사람들까지 그런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권력의 언어를 그대로 반복하는 걸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건 아마도 오랫동안 주입된 두려움과, 내가 아닌 누군가를 '적'으로 설정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조를 의심하기보다, 익숙한 말을 믿는 게 더 쉬운 거니까요.

1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