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도 공정해야 할 판사가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판사라는 자리는 단지 재판을 진행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법의 이름으로 사람의 삶을 판단하고, 그 판단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자리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누구보다도 신중하고, 절제된 언어와 태도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이 기본적인 기대조차 무너지고 있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된다. 정치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판사, 사건의 본질보다 여론을 의식하는 듯한 재판, 권위는 주장하지만 책임감은 보이지 않는 태도까지. 이 모든 모습들이 오히려 스스로 법원의 권위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이 흔들리는 건 단지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 판결이 어떤 논리로 이뤄졌는지 설명되지 않을 때, 판결 이전에 이미 판사의 성향이나 발언이 기울어져 있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더 이상 결과를 믿지 않는다. 형식이 아무리 정당해 보여도,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심이 들면 그건 정의가 아니라 권력처럼 느껴진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일이 반복되어도 판사는 대부분 침묵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정치인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닌 그들이 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이토록 정치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묻고 싶어진다. 공정함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 그리고 누가 봐도 느껴지는 것이어야 한다. 판사가 스스로 자신의 무게를 지우고, 권위를 가볍게 만들면 그 자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내려간다. 누구보다도 조용하고, 명료하게, 말보다는 판결로 말해야 할 사람들이 점점 말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 말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 모든 걸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하는 상황이 더 불안하게 느껴질 뿐이다.
1주 전
이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AI 판사, AI 검사 같은 시스템이 현실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감정이나 편향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만큼 지금 판사들에게 기대했던 공정함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1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