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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도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어릴 땐 그런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공부 좀 해라. 건강 챙겨라.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다 후회한다.
그때는 그 말이 참 지겨웠다.
듣는 순간 반감이 들고, 뭔가를 하기도 전에 질려버리곤 했다.
‘지금 괜찮은데 왜 자꾸 겁을 주지?’
‘나도 알아. 그런데 안 되는 걸 어떡해.’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무시하고 흘려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무언가를 해보려 해도 예전만큼 집중이 안 되고,
하루를 보내도 왜 이렇게 쉽게 지치는 건지 모르겠는 시점에 와서야
그 말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리고 문득
나도 누군가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공부 좀 해둬라. 건강 지금부터 챙겨라.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다 느끼게 된다.

그 말을 들을 땐 몰랐는데
막상 내가 말하는 입장이 되니 그 심정이 너무도 잘 이해된다.
이게 걱정이었구나. 이게 안타까움이었구나.
무조건 시키려는 게 아니라,
먼저 겪고 나서 알게 된 후회의 압축본이었구나.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건,
지금 이 말을 듣는 누군가는 또
예전의 나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론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거란 거다.
‘나도 나중에 하면 되지.’
‘지금은 아직 괜찮아.’

그래서 이 말은 이상하리만치 순환된다.
누군가의 충고는 무시되고,
경험으로 부딪힌 사람이 결국 똑같은 충고를 반복하게 된다.
돌고 돌아,
결국 우리는 스스로 겪어보기 전까진 잘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가서 말한다.
"진작 좀 들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