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러닝, 힘든데 왜 자꾸 뛰게 될까?

러닝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고 지루한 운동이다. 혼자 땀 흘리며 몇 킬로미터를 묵묵히 달리는 모습은, 누군가에겐 고행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러닝을 오래 즐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힘들지만 안 하면 더 찝찝하다”, “이상하게 자꾸 뛰고 싶어진다.” 이런 말을 듣다 보면, 마치 러닝이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진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그렇게 달리기에 빠져드는 걸까? 1. 뇌를 자극하는 ‘러너스 하이’ 달리기를 일정 시간 이상 하다 보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뇌에서 엔도르핀, 도파민, 엔케팔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생기는 상태로, 통증은 줄어들고 기분은 좋아지며, 일종의 황홀감에 가까운 정서를 느끼게 된다. 러닝은 힘들지만, 그 끝에 이런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뇌는 점점 그 쾌감을 기억하고 반복적으로 찾게 되는 구조에 들어간다. 자극이 강하지는 않지만, 지속성과 예측 가능한 만족감 때문에 습관처럼 자리잡기 쉽다. 2. 통제 가능한 고통, 그리고 성취감 러닝은 다른 운동과 달리 순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구와 경쟁하지 않아도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를 비교하게 되고, 그 작은 변화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어제보다 1km 더 뛰었다", "오늘은 멈추지 않고 완주했다", 이런 사소한 성취감이 누적되면서 몸과 함께 정신적인 회복과 성장의 감각도 함께 얻는다. 삶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게 많을수록, 러닝처럼 명확하게 노력과 결과가 연결되는 경험은 중독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 3. 비우는 시간, 채워지는 정리감 많은 러너들이 말한다. 달리는 동안 생각이 정리된다, 혹은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좋다고. 이 두 가지는 사실 같은 말이다. 러닝은 규칙적인 호흡과 리듬 있는 움직임 덕분에 몸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뇌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들어간다. 이 과정은 일종의 명상처럼 작용해서 감정이 가라앉고, 복잡한 마음이 정돈되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러닝이 끝난 후 찾아오는 맑은 느낌, 가벼운 몸, 그리고 머릿속의 정리된 감각은 다음 날 다시 운동화를 신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러닝은 중독이 아니라 '중력'에 가깝다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는 그저 운동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잡아주는 루틴이다. 하루가 흐트러질 때, 기분이 가라앉을 때, 그들은 달리면서 다시 중심을 잡는다. 결국 러닝에 빠지는 이유는 그 힘듦 속에 신체적 보상, 심리적 안정, 그리고 성취의 감각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땀으로 나를 비우고, 호흡으로 나를 돌아보게 하며, 끝난 뒤엔 어김없이 나를 칭찬하게 만드는 아주 단순하지만 묘하게 깊은 운동이다.

1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