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곧 정치다
정치는 국회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선거 때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짜 정치는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 속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언론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언론은 언제나 선택한다. 어떤 사건을 앞세울 것인지, 어떤 사람을 비추고 어떤 인물은 지울 것인지,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질문을 반복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은 고스란히 정치적 판단이 된다. 언론이 특정 정당을 대놓고 지지하지 않아도, 반복적으로 의혹을 부각하거나, 한쪽의 실언을 침묵하거나, 상대의 실수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만으로 이미 여론은 조정되고, 국민의 판단은 일정한 방향으로 몰리게 된다. 결국 언론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정치의 판을 짜고, 규칙을 정하고, 흐름을 결정하는 주체가 된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국민보다 더 먼저 정권의 향방을 가늠하고, 그에 맞게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정치인 하나의 발언보다 그 발언을 어떤 순서로, 어떤 말풍선으로, 어떤 제목으로 배치하느냐가 더 큰 파장을 낳는 시대다. 그렇다면 정치를 하고 있는 건 누구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언론의 정치성이 감시나 견제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수용된다는 점이다. 정파적 언론도 괜찮다. 다만 그 정파성을 숨기고 중립을 가장하는 순간, 그건 언론이 아니라 여론 조작 기계가 된다. 정보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판단을 유도하고 있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마주한 언론의 실체다. 언론이 곧 정치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정치를 움직이는 권력은 점점 화면 속 단어와 이미지, 자막, 그리고 편집의 순서 속에 숨어들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정치를 말하고 싶다면, 그 전에 먼저 언론을 의심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1주 전
아직도 조중동에 의해 여론이 좌우된다는 현실이 참 웃기죠. 인터넷도 있고, 유튜브도 넘쳐나는 시대인데, 결국 많은 사람들의 정치 감각은 여전히 신문 헤드라인 몇 줄과 자막 한 줄에 따라 움직이는 걸 보면 정보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뿌리 깊은 신뢰 구조가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1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