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인 삶이 더 즐겁다
요즘은 뭐든 ‘효율’이 기준이다. 최단 시간에 끝내는 법, 최대 효과를 뽑는 방법, 어떻게 하면 덜 움직이고 더 벌 수 있는가에 온 세상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비효율적인 삶이 오히려 더 즐거운 건 아닐까. 예를 들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고 집에 있는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바닥을 닦아주고 배달 앱 하나로 저녁을 해결하면 편하긴 하다. 분명 효율적이다. 그런데 직접 장을 보러 나가서 계획에 없던 재료를 들고 오고, 어쩌다 마주친 계절 과일을 사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요리하면서 하나하나 손으로 씻고 다듬고 굽는 그 과정에서 어느새 마음이 느려지고 편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비효율적이지만, 그 안에 내가 있다. 가끔은 돌아가는 길이 더 기억에 남고, 쓸데없이 길게 쓴 편지가 더 감동을 주며, 수십 장 찍은 사진 중 흐릿한 한 장이 더 따뜻할 때가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무조건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정확하게’만을 추구하며 ‘느리고, 비싸고, 복잡한 것들’을 무의미하다고 치부해버린 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삶이라는 게 원래 완벽하게 계산되거나 정리되지 않는다. 삐걱거리고, 돌아가고, 낭비하는 구간에서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고, 그게 쌓여야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효율은 기계의 언어다. 인간은 때때로 비효율 속에서 웃고, 실수 속에서 배운다. 누군가에겐 쓸데없는 시간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시간이 결국 나를 만들고, 기억을 만들고, 마음을 채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은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 조금은 돌아가도, 조금은 느려도, 그 안에 내가 살아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1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