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

이태원 참사, 마약과의 전쟁이 만든 비극

2022년 10월,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는 단순한 군중사고가 아닙니다. 이것은 국가의 역할이 실종된 자리에서 벌어진 정책 실패, 그리고 정치적 우선순위의 오판이 불러온 참사입니다.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군중 통제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투입된 것은 대부분 사복 경찰, 그리고 그들의 임무는 마약 단속이었습니다. 왜 이런 배치가 이루어졌을까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춰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시기였고, 그런 흐름 속에서 이태원은 치안보다 마약 검거가 우선된 무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현장에 배치된 사복 경찰은 눈에 띄지 않으며, 사람들의 흐름을 유도하거나 위험을 방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통제 인력이 아니라 수사 인력이었습니다. 결국 그날 이태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이를 통제할 ‘국가’가 없었던 것입니다. 참사 이후에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도, 행정 책임자도, 경찰청장도 진정한 사과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약 단속은 분명 중요한 국가 과제입니다. 하지만 수십 명의 생명이 걸린 현장에서 마약 단속이 군중 통제보다 앞섰다는 건, 국가의 본질적 역할을 망각한 처사였습니다. 성과를 위해 시민의 안전을 희생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는 똑똑히 봤습니다. 이 참사는 예측 가능한 사고였고, 그렇기에 더더욱 막을 수 있었던 재난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물어야 합니다. 그날의 우선순위는 누가 정했고,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그리고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지.

8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