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도 미생물이 결정한다면?
우리는 성격을 타고난 기질, 성장 환경, 경험의 총합으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 과학은 한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성격 역시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 듣기엔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장내 미생물은 세로토닌, 도파민, GABA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거나 조절하는 데 관여합니다. 세로토닌의 경우 90%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죠. 장이 기분을 결정한다? 우울감, 불안, 충동성, 심지어 외향성까지, 다양한 심리적 특성이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가 늘고 있습니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라도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다르면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미국 UCLA의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 조성이 감정 조절 능력과 사회적 민감성과 유의미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일부 특정 균주는 보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감정 상태를 유도하고, 반대로 특정 유해균의 과잉은 충동성과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는 분석도 있죠. 그렇다면 나는 나인가? 우리가 화를 내는 것도, 낯을 가리는 것도, 혹은 쉽게 불안해지는 것도 어쩌면 내 안의 미생물이 보낸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뇌-장 연결 축(Gut-Brain Axis)의 존재와 영향은 지금도 전 세계 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해집니다. "나는 내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식습관을 바꾸고,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바꾸면 성격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연구자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감정과 행동들.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내가 아닌 존재'의 영향이 작지 않습니다. "나는 내 안의 우주다"라는 말이 이제는 단지 시적인 표현이 아닌, 꽤 과학적인 진실로 다가오는 시대입니다. 혹시 요즘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예전보다 성격이 달라진 것 같다면, 식습관을 한번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몸이 보내는 신호이자, 내 안의 작은 생명체들이 보내는 메세지일 수 있으니까요.
21시간 전
가끔 누군가가 유난히 그리운 건, 감정 때문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 사람의 미생물이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한 식사, 스킨십, 호흡 속에서 스며든 그 미세한 생명들이 내 안 어딘가에서 여전히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21시간 전
유전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어쩌면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같은 환경에서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가족의 미생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공간에서 숨 쉬며 살아가다 보면 서로의 미생물이 섞이고 닮아갑니다. 그래서 성격이나 감정의 패턴뿐만 아니라, 비슷한 체질이나 특정 질병에 함께 취약해지는 것도 단순히 유전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가족은 단지 피를 나눈 존재가 아니라, 몸속 생태계까지 공유하는 공동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1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