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서 겸손을 배운다
가끔은 마음만 앞섭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10킬로쯤은 뛸 수 있어”
“예전엔 운동 좀 했었지”
“조금만 해보면 금방 감 올 거야”
하지만 신발 끈을 매고 도로에 나서는 순간, 현실은 아주 다르게 다가옵니다.
막상 뛰기 시작하면, 100미터쯤 달렸을 뿐인데 벌써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가 무거워집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했던 내 예측은, 고작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무너지고 맙니다.
몸은 기억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달리기는 단순합니다.
계획도 장비도 별로 필요 없고, 그저 밖으로 나가서 한 발씩 내딛으면 됩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가장 냉정한 진실이 들어 있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고,
해보지도 않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라는 것.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것만큼만 반응할 뿐입니다.
그러니 달리기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겸손은 패배가 아니라 출발점
10킬로를 뛰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300미터라면, 그걸 인정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작은 거리를 반복해서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거리는 늘어나고, 호흡은 안정되고,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리듬이 찾아옵니다.
겸손은 나를 낮추는 게 아니라,
내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기준점입니다.
달리기는 나를 솔직하게 만든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나 자신과 진짜 마주하게 됩니다.
욕심, 과신, 핑계, 회피, 인내…
그 모든 것들이 몇 백 미터 안에 다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배워갑니다.
아, 아직 멀었구나.
하지만 괜찮다.
오늘도 한 걸음은 더 나아갔다.
이런 마음이 하루하루 쌓여갈 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연습이 됩니다.
가끔은 마음보다 몸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달리기야말로 그 어떤 철학보다 깊은 겸손의 스승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23시간 전